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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권문화연구단 소식지 14호 '지리산인 2014.11' 지리산소식 - 산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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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리산권문화연구원
댓글 0건 조회 1,790회 작성일 14-11-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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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권문화연구단이 출범한지 만 7년이 넘어서면서 그동안 많은 논문과 저술, 자료들이 나왔다. 양적으로 논문은 수백 편, 단행본은 수십 권을 넘어서는 방대한 분량이다. 연구단 구성원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리산권문화라는 아젠다를 탐구했고, 지식인상, 이상사회, 명산문화 등의 굵직굵직한 주제들에 대해 국내 학술대회와 국제심포지엄도 수없이 열어 토론했다. 왜 지리산을 연구하는지, 지리산권문화의 특색은 무엇인지 묻고 대답했다.

5년쯤 지나자 서서히 전체적인 연구 성과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종잡을 수가 없이 막막하던 지리산과 지리산문화의 정체성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숲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거울에 비치듯이 이미지로도 다가왔다. ‘사람의 산’, ‘산의 인문학이었다.

최원석(경상대 인문한국 교수)

흔히 인문학 하면 고전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문학, 사학, 철학 분야에서 인간됨을 성찰하는 학문으로 알고 있다. 산도 인문학의 대상일 수 있을까? 동아시아에서 산과 사람의 관계는 인문학적인 논의가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은 산의 인문학이라는 명제가 가장 들어맞는다. 산의 인문학은 산과 사람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우리에게 산은 무엇인지가 일관되는 화두다. 기존의 인문학 영역에 새로운 시선의 틀을 제시하고 해석의 지평을 넓히는 개척 분야다.

산의 인문학이라는 테마는 또 하나의 신세계였고 발견이었다. 그것은 이미 축적되어 있었던 오래된 미래와도 같은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히 여기고 있었던 것에 대한, 시간의 지층 속에 묻혀있었던 것을 벗겨낸 놀라움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산의 인문학이라는 담론을 세계의 학계에 알리고, 산에 대한 인문학적인 시선과 프리즘을 한국 사회에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한국만큼 산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역사문화적인 자료가 방대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산의 인문학이라고 할 만한 훌륭한 지식전통이 축적돼 있는 것이다. 지리산만 해도 그랬다. 산의 인문학의 보고라고 할 만한 지리산유람록도 100여 편이 넘게 있었고, 지리산의 산지인 두류전지도 이미 200여 년 전에 편찬되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지리지, 명산기, 고지도, 백과전서, 풍수서 등 산에 대한 방대한 저술과 자료들이 산적해 있다. 우린 그 풍요로운 산의 인문학적 전통을 회복하고 계승할 필요가 있다. 국토의 70%가 산이고, 산의 문화전통이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지리산권문화연구단이 최초의 본격적인 산 연구소라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당연히 있어야 할 산의 인문학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었던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산이라고 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자연과 생태를 떠올렸다. 아웃도어의 등산문화도 연상됐다. 당연한 것일까? 이유가 있다. 한국사회가 서양을 모델로 현대화하면서 서양 사람의 산에 대한 시선과 태도가 우리에게 씌워졌기 때문이다. 서구에서 산은 자연생태와 알피니즘의 영역이다. 그래서 산에 대해 출간된 단행본도 거의 동식물이나 자연자원 아니면 등산안내서이다. 역사문화적으로 우리의 산을 연구하고 출판된 단행본은 찾기가 어렵다. 국립공원연구원은 대부분 이과출신의 연구자들이고 전공자들이다. 21개 국립공원 중에 17개가 산인데, 그곳에 나온 자료들을 보면 동식물 생태는 방대하게 조사되어 있어도 문화역사 자료는 매우 드물다. 리플렛 정도의 산 안내서에 불과한 국립공원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산에 대한 문화적 담론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산의 인문학이 가능한가? 산은 한국문화에서 마스터키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은 공간적으로 산을 중심으로 회돌이 했다.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서 산에서 살다가 산으로 되돌아갔다. 이상향은 산 속에 있었다. 서민들이 주로 믿었던 신은 산신이었다. 우리가 불렀던 교가는 산의 정기를 받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산을 통하면 한국의 문화적 아이덴티티와 한국 사람의 심층의식에 닿는다. 한국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더 크게 산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산, 산의 인문학이란 명제는 한국의 산과, 한국인의 산에 대한 역사적 관계와 정체성을 적실하게 표현하는 키워드가 된다. 사람의 산, 산의 인문학에서 줄기차게 탐구하는 골자는 그토록 오래 주고받은 관계의 문화사이다.noname00.png

애국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자. 우리는 동해물과 백두산이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부르고, 북한도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은. 백두산 기상을 다 안고하며 1, 2절 모두 산으로 시작한다. 남북한 둘 다 산천 지향성이다. 그런데 일본 국가는 천왕시대가 만세로 이어지라는 내용이다. 천왕 지향성이다. 중국 국가는 항일전쟁 때 인민들의 전진을 고취하는 의용군 행진곡이다. 인민 지향성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구미 어느 나라에도 한반도처럼 산이 국가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를 비교하더라도 한국은 산 지향성이 가장 강한 나라임은 분명해 보인다.

공간적으로도 그렇다. 우리는 어디서나 산을 볼 수 있었고, 산으로 보였다. 집 뒤에 있는 작은 동산도, 마을 앞으로 보이는 둔덕(똥뫼)도 산이었다. 이러한 산에 대한 폭 넓은 공간적 인식은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경우이다. 서양에서는 해발 600미터 이상의 고지가 되어야 산으로 친다. 그런데 우리는 심지어 바다에 떠 있는 섬도 산으로 보여 해산(海山)이라 했다. 이 정도면 산에 눈이 씌었다고도 할만하다.

조선시대의 유교문화도 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한국 불교의 특징을 산악 불교로 이야기 하는 것처럼, 한국 유교도 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한국 유교문화의 동아시아적 특징이 될 수도 있다. 유교의 종주인 중국도 태산학파나 주자의 무이산과 같이 산과 관련을 맺기도 하지만 한국보다는 정도가 덜하고, 일본의 유교는 아예 산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오늘날 다시 산인지는 글로벌한 트렌드를 봐도 그렇다. 평지에서 일궈낸 인공적인 현대 도시문명은, 21세기 들어 산지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생태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고 있다. 오래된 미래로서 늘 거기에 있었던 산을, 국제사회는 다시 주목하여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근래 UN 총회에서 세계 산의 해’, ‘세계 산림의 해를 지정한 배경도 이런 글로벌한 인식의 공감대에서 발로된 것이었다.

그냥 거기 있었던 우리 산에 대한 인문학적인 연구가 왜 중요한지 분명해졌다. 곁에 두고 있는 지리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의 산이요 산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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