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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현대시 허영자 (완행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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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리산권문화연구원
댓글 0건 조회 740회 작성일 11-08-1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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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행열차

작가약력

본관은 하양(河陽)이다. 여성적인 섬세함과 강렬한 생명력이 조화된 독특한 시풍을 이룩해 사랑과 절제의 시인으로 불리는 중견여류시인이다. 1938년 경상남도 함양군 휴천면에서 아버지 허임두와 어머니 정연엽의 맏딸로 태어났다. 경남여자중학교와 경기여자고등학교를 거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장 및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시인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961년 박목월(朴木月)에 의해 《현대문학》에 《도정연가(道程戀歌)》와 《연가 3수》가 추천되었으며, 1962년 《사모곡(思母曲)》으로 추천완료되어 등단했다. 1963년 김후란(金后蘭) 등과 함께 한국문학사상 최초로 여성시인들의 순수시 동인 ‘청미회(靑眉會)’를 조직하고 활발한 동인활동을 펼쳤다. 이후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의 여옥(麗玉)과 허난설헌(許蘭雪軒)· 황진이(黃眞伊)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여류문학의 맥을 잇는 고유의 정한을 바탕으로 사랑과 기다림, 한(恨)과 고독의 본질을 노래하는 동양적 연가풍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발표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자수》 《어떤 날》 《하늘 같은 임》 《친전(親展)》 《감》 《운명》 《떡살》 《복사꽃아》 《휘발유》 등의 작품에서 표현의 절제를 통한 고도의 압축미를 통해 정열과 허무의 양면성을 초극해낸 섬세한 정적 세계를 형상화함으로써, 전통적 정서와 현대적 정서가 어우러진 개성적인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저서에 시집 《가슴엔 듯 눈엔 듯》(1966), 《친전》(1971),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1977), 《빈 들판을 걸어가면》(1984), 《그 어둠과 빛의 사랑》(1985), 《조용한 슬픔》(1990), 《기타를 치는 집시의 노래》(1995), 《목마른 꿈으로써》(1997)와 시선집 《암청의 문신》(1991), 《허영자 전시집》(1998) 등이 있다. 이밖에 산문집 《한송이 꽃도 당신 뜻으로》(1971), 《사랑과 추억의 불꽃》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인생은 아름다운 사랑이어라》 《밥상 위의 작은 행복》(1993),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1995), 《허영자 선수필》(1998) 등과 이론서 《한국 여성시의 이해와 감상》(1997) 등이 있다. 1972년 제4회 한국시인협회상, 1986년 제20회 월탄문학상, 1992년 제2회 편운문학상, 1998년 제3회 민족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 소개 : 「완행열차」

급행열차를 놓친 것은

잘 된 일이다

조그만 간이역의 늙은 역무원

바람에 흔들리는 노오란 들국화

애틋이 숨어있는 쓸쓸한 아름다움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완행열차를 탄 것은

잘 된 일이다

서러운 종착역은 어둠에 젖어

거기 항시 기다리고 있거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누비듯이 혹은 홈질하듯이

서두름 없는 인생의 기쁨

하마터면 나 모를 뻔하였지.

김재홍 교수는 허영자의 시를 '사랑과 모순의 시' 또는 '목마름과 절제'의 시라고 요약하고 있다. 그 이유로 허영자의 시에는 사랑의 문제가 기본이 되어 있고, 거기에서 오는 모순의 초극과 절제의 안간힘이 담겨져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 ‘사랑’은 단순히 남녀간의 연애 감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문제로까지 확산된다. ‘사랑’은 바로 존재의 발견이며 존재의 의미가 된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과정은 모순과 이율배반성에서 시작되어 흔들림과 허망함, 안타까움과 체념, 참음과 용서, 참회와 비탄, 그리고 오뇌와 절망감 및 목마름과 기다림의 끊임없는 파장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삶의 과정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오뇌와 절망, 기다림과 갈망으로부터 일어서서 정신적인 초극과 절제를 획득하려는 끈질긴 안간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면적인 울림을 더해 주는 것이다.

허영자의 시세계는 노천명과 같은 선배 시인들의 시 세계와 연결되면서도 그것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전개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과 오뇌의 시학이며, 모순과 절망의 시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허영자의 시는 많은 선배 시인들이 흔히 빠져 왔던 지향성과 감상주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데서 의미가 놓여진다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성취하고 있는 ‘불꽃’과 ‘얼음’의 날카로운 대립과 화해야말로 사랑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영자의 삶과 문학』에 실린 김재홍 교수의 「갈망과 절제의 시」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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